"표 파는 직원 오후 2시 퇴근…아픈 노인들 병원도 못갈 판"

입력 2023-07-03 18:22   수정 2023-07-04 01:06

3일 경기 의정부시외버스터미널 1층 대기실. 의자 79석을 갖춘 이곳엔 버스를 기다리는 이용객 9명이 앉아 있었다. 입점했던 김밥집과 커피숍, 토스트 가게 등은 몇 년 사이 줄줄이 폐업했다. 안길환 의정부터미널 대표는 “매표 매출이 급감해 수년 전부터 적자를 보고 있다”며 “노선 축소로 부산 등 지방을 가려면 광역버스로 서울로 나간 뒤 이동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한국경제신문 취재진이 의정부, 경북 영천, 전북 고창 등 지방 버스터미널을 둘러본 결과 대부분이 고사(枯死) 직전의 상황이었다. 세 터미널 모두 대기실에 손님이 채 10명도 되지 않았다. 터미널 상가 우편함에는 폐업한 업체 앞으로 온 우편물이 한가득 쌓여 있었다. 배차 간격이 길어지고 노선이 사라지면서 고령자 등 교통약자들은 발이 묶여 병원조차 가지 못하는 처지였다.

의정부시외버스터미널 하루 평균 승객은 554명으로 4년 전(1500명) 대비 63.0% 급감했다. 매표 수익은 2019년 8억1000만원에서 지난해 3억7600만원으로 줄었다. 안 대표는 “지속된 적자에 2016년 15명이던 직원을 9명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터미널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양모씨는 “손님이 줄어들어 하루 매출이 20만원 수준으로 80% 이상 감소했다”고 했다.

영천터미널은 매표소 직원이 오후 2시 전에 퇴근해 영천시청에서 나온 직원이 키오스크 옆에서 어르신을 돕고 있었다. 시청 직원도 오후 4시면 퇴근해 키오스크를 이용할 수 없는 이들은 발만 동동 굴렀다.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70대 박모씨는 “격주로 대구에 있는 병원에 가야 하는데 코로나19 이후부터 배차 간격이 늘어 병원에 제때 도착하지 못할 때가 많다”며 “지난달엔 오후 늦게 도착하니 직원도 없고 매표 기계만 있어 집으로 돌아갔다”고 푸념했다.

주변 상권도 무너지고 있다. 터미널 인근 60석 규모의 식당은 점심시간에도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가게 사장 손모씨는 “코로나19 전에는 버스기사와 단체 손님들로 만석일 때도 있었다”며 “손님이 너무 없어 직원 2명을 최근에 해고했다”고 말했다.

고창버스터미널은 적자로 전 주행 노선을 43회에서 33회로, 서울행은 18회에서 15회로 감축했다. 터미널 직원 김신성 씨(53)는 “이용객 중 상당수가 서울 병원을 찾는 어르신들인데 배차 간격이 길어지다 보니 직행버스를 놓쳐 병원에 가지 못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고 전했다. 의정부=장강호

영천=이광식/고창=안정훈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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